강우학파의 형성

제23회 남명제강연문

南冥思想의 特性과 護國的傳承

文暻鉉

(경북대 교수)

16세기는 성리학적 개혁을 지향하는 士林들이 勳戚세력과의 대결을 통해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한편 지역별로 독특한 學風을 형성하여 정치세력화 해 가는 시기였다. 畿湖지방의 栗谷(李珥)학파, 湖南上道의 一齋(李恒)학파, 湖南下道의 河西(金麟厚)학파, 嶺南左道의 退溪(李滉)학파, 嶺南右道의 南冥(曺植)학파가 각기 지역적인 전통문화의 풍토 속에서 특색있는 학풍을 형성하며 유림세력의 敎區를 확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한국 성리학의 淵源이요 사림의 최초 근거지인 嶺南의 경우는 洛東江을 경계로 東岸 지역은 李滉의 학풍이 주도하는 江左學派가 성립하는 반면, 西岸 지역은 曺植의 학통을 앞세운 江右學派가 확립되어 서로 대칭적인 관계에서 발전하여 道學의 성세를 이룩하고 있었다.

이들 학파의 대조적인 관계는 영남학파의 兩大巨儒인 조식과 이황이 같은 해인 연산군 7년(1501) 각기 우도인 三嘉縣兎洞과 좌도인 禮安縣溫溪里에서 태어나면서 싹트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같은 길을 걸으면서 서로 흠모하고 존경하며 書信을 몇차례 교환하기는 했으나, 기이할 정도로 일생동안 서로 相面하지는 못했다. 또한 이황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앙에 진출하여 大提學.左贊成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활약한 반면 조식은 科擧를 포기하였을 뿐만 아니라 遺逸로 천거되어도 나아가지 않고 초지일관 草野에서 山林處士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두 학파의 학풍을 규정하게 되는 것은 두 名儒의 학문적 태도와 처세관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이황이 학문적인 저술을 많이 남겨 동방의 朱子로 숭앙되었을 뿐만 아니라 일생동안 근신하고 온건하게 처신한 것에 비해 조식은 程.朱 이후의 학자들은 저술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며 약간의 詩文만을 남기는 대신 강직한 성품으로 시종 솔직하고 과격한 언사로 현실의 모순을 타개하려는 실천성을 지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영남의 좌.우도는 "上道가 以學問相尙하나 下道는 以節義相高한다" 또는 "上道가 仁을 爲主로 하나 下道는 義를 爲主로 한다"라는 등의 대조적인 평가를 받기에 이르렀다.

이들 두 학파는 宣祖朝朋黨의 대결구조가 확립되자 東人으로서 공동보조를 취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西人에 대한 정치적 우세가 확정된 뒤 두 학파는 정국운영의 방식에 견해를 달리하여 분기됨으로써 강좌학파가 南人에 가담하고 강우학파의 다수는 北人에 참여하게 되었다. 강우학파는 다시 壬亂 중의 성공적인 의병활동에 의해 정치적 입지가 강화된 것을 계기로 大北세력과 제휴함으로써 그들의 사회적 기반으로서 정국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강우학파의 연원인 조식의 학문적 태도와 경세관 및 그의 학맥을 추적하는 것은 조선중기 정치.사회상을 이해하는 관건이 될 뿐만 아니라 한국의 선비정신의 精華와 源流를 밝히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고 할 것이다.

江右學派의 淵源이요 宗師인 曺植의 本貫은 昌寧이며 字는 楗仲, 號는 南冥이다. 그의 가계는 高祖殷이 散職인 中郞將에 머물고 曾祖安習이 成均生員, 祖永이 不仕한 것에서 보듯이 한미한 정도에 머물고 있었다. 父彦亨이 연산군 10년 式年文科에 합격하여 吏曺正郞.成均館司成 등의 淸職을 역임하게 되면서 그의 가계는 비로소 實職士族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高祖母에서 母系까지의 外系는 상당한 재지적 기반을 가진 사족이었기 때문에 당시의 子女均分相續 관행을 고려하면 경제적으로도 빈한한 가세는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가 평생동안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淸貧을 속성으로 하는 산림처사로 남아 있는 것이 가능했던 것도 이같이 외계로부터 상속받은 재지적 기반에 연유하는 면이 많았던 것이다.

조식은 유년.청년기에는 부친을 따라 한양에서 성장하며 家學을 전수받았다. 이 때 그는 成運.成守琛과 교유하며 士大夫家의 고매한 기풍과 교양을 체득하였으며, 名門巨族 출신임에도 仕宦에 뜻을 버리고 隱逸하여 性理學과 心性의 養命에 전념하던 이들의 영향을 받아 자신의 인생관을 정립하기에 이른다. 특히 그는 25세 때에 山寺에 들어가 『性理大全』을 탐독하다가 문득 내면적인 聖人의 學을 지향하고자 결심하고는 주야로 성리학서를 정독 연구하여 反躬實踐에 힘쓰고 사물을 應接하면서 表裏를 몸소 궁구하였다. 그의 학문적 요체인 敬과 義는 여기서 체계화되었다.

부친이 身病으로 사망함에 따라 廬墓를 위해 낙향한 그는 30세 되던 해 처가인 金海에 山海亭을 짓고 학문에 매진하며 당세의 高士들인 成運.申溪誠.李希顔.李濟臣.金大有.朴河淡 등과 道義의 交를 맺었다. 45세 때 모친의 상을 당하자 그는 다시 고향인 三嘉兎洞으로 가 여묘를 마친 뒤 여기에 鷄伏堂雷龍亭을 짓고 講學하는 장소로 이용하였다. 당시 그의 명망이 조정에 알려져 典牲署主簿.司導寺主簿.丹城縣監에 차례로 제수되었으나 모두 부임하지 않았다. 특히 그는 조정에서 단성현감에 제수하자 文定大妃의 전횡을 비난하는 격렬한 辭職疏를 올려 조정에 큰 파문을 야기하기도 하였다. 이 때 李光友.文益成.吳健.姜翼.河沆.趙宗道.李俊民.李瀞.金沔 등이 그의 문하에 들어와 학문을 전수받았다. 61세 때 그는 晉州德山絲綸洞智異山天王峰 아래 水石奇絶處에 山天齋를 지어 만년의 隱居地로 삼았다. 이 당시 그는 李滉과 幷稱되는 영남의 巨擘으로 숭앙되었으며, 鄭琢.趙瑗.李大期.金宇옹.崔永慶.金孝元.鄭逑.郭再祐.成汝信 등이 찾아와 受學했다.

문정대비가 죽고 戚臣政權이 와해된 뒤인 66세 때 그는 尙瑞院判官에 임명되자 詣闕肅拜하여 明宗과 治政 및 爲學之道에 대하여 논의한 적이 있으나, 명종의 성의와 대신들의 경륜부족을 파악하고는 사직하여 낙향해 버렸다. 이듬 해 宣祖가 즉위하여 수차례 特旨로 불렀으나 그는 결국 上京하지 않는 대신 時弊十數條의 疏章을 올려 胥吏亡國論 등 당시의 병폐를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일생동안 산림처사로 숭앙을 받던 그는 이황이 사망한 이듬 해인 선조 5년(1572) 2월 72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선조는 그의 訃音을 듣고 大司諫에 追贈하는 한편 예관을 보내 致祭토록 하였다.

조식은 일생을 草野에서 보냈지만 결코 현실을 외면하는 은둔자는 아니었다. 그는 원칙과 명분론에 철저하였고 節義를 앞세운 실천성을 강조하여 是非.正邪의 분별에 엄정하였다. 그는 항상 金鈴을 차고 밤에 졸음이 오면 흔들어 喚醒해 스스로 警省하였는데 이를 惺惺子라 불렀다. 또한 그는 칼을 턱에 고이고 어루만지며 警昏했는데, 이 칼에 佩劍銘을 지어 "內明者敬外斷者義"라 했다. 나아가 그는 山天齋窓壁間에 '敬義'를 大書하고 이 두 字는 日月과 같이 廢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였다. 결국 그는 실천에는 투철한 정신과 기개가 전제되어야 하고 실천의 정당성은 경이 마음의 주인이 되어야 가능함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이러한 태도는 손으로 청소하는 절차도 모르면서 입으로는 天理를 말하는 유학의 空論性과 마음을 수양해서 위로 통하기만 요구할 뿐 人事를 아래에부터 배워서 實地를 밟아 가는 것이 없는 불교의 眞定이 갖는 비현실성을 함께 경계한 토대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가 이황과 기대승간에 벌어졌던 四七論爭을 欺世盜名이라 극렬하게 비난했던 것도 그같은 경계에 의한 것이었다. 그의 內心과 外面을 합치시키려는 이러한 행동규범은 제자들에 의해 그의 성품이 金玉같고 壁立直行하는 기상이라고 평가되었을 뿐만 아니라, 江右學派의 이른바 "敬義爲主忠信爲本"하는 행동강령으로 정착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조식은 晩年에 惺惺子를 외손서이자 제자인 김우옹에게, 敬義劍을 정인홍에게 각각 전수하였다. 정인홍은 이에 감격하여 항상 꿇어 앉아 이 칼을 턱밑에 괴고 정신을 가다듬기를 죽을 때까지 하루같이 하였다고 한다. 이는 조식의 尙義的 정신이 정인홍에게 계승되었음을 의미한다.

鄭仁弘의 字는 德遠이요 號는 來庵이며 本貫은 瑞山이다. 高祖成儉은 문과에 급제하여 務安縣監을 지낸 뒤 陜川에 入鄕했다. 贈祖僖는 金宗直의 문인으로 三嘉縣監을 역임하였으며 祖彦佑와 父倫은 오직 학문에 힘쓰며 벼슬 길에 나아가지 않았다. 그는 三男 중 長男으로 1535년(중종 30)에 태어났다. 이미 다섯 살에 弔雛文을 지어 사람들을 경탄케 했던 그는 11세에 海印寺에서 九經을 섭렵하였다. 그는 조식이 鷄伏堂雷龍亭에 있을 때 찾아가 그 門下에서 훈도를 받으며 스승의 居敬持義의 學과 氣慨出處를 배우고 계승했다.

정인홍도 "尙氣節有重名於一世"라 평가되듯이 명분을 중시하는 강직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이러한 그의 성품은 時勢와 부합하지 않으려는 지나치게 과격하고 편벽한 기질상의 문제에서 비롯된 면도 있으나 조식의 상의적 태도를 철저하게 실천하려는 의지가 작용한 데서 나타난 것이기도 했다. 즉 '端嚴直方剛毅精敏'한 기상으로 '持論常主激揚'했던 조식의 기질이 그에게 그대로 계승되어 '剛戾自用''言語過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었던 것이다. 조식이 "德遠이 있는 한 나는 죽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는 것은 두 사람의 성격상 공통점을 웅변으로 전하는 것이다. 義를 앞세운 실천성은 준절한 언론으로 원칙과 명분에 철저하고 是.非, 正.邪의 분별에 엄정함을 보장하는 것이지만 상대의 존재를 용인하지 않으려는 배타적 성향을 강화하는 측면도 간과될 수 없다. 조식이 바르고 엄숙하며 맑고 높아 평생 다른 사람과 許交함이 적었다고 평가되듯이 정인홍 역시 다른 사람과 타협하기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이다.

과단성 있고 추진력 강한 정인홍은 穩健鄭重한 성품의 李珥와 함께 언관으로 재직하면서 剛柔의 조화를 이루기도 하며 東西分黨의 징조를 걱정하고 이를 막으려 애쓰기도 했다. 그러나 동문 최영경이 鄭汝立의 모반사건에 연루되어 獄死하자, 정인홍은 鄭澈.成渾을 격렬하게 비난함으로써 서인과 공론대결을 전개해 나갔다. 선조 2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정인홍의 尙義的 기질은 忠義로 명분화되어 義兵활동으로 전개되었다.

그는 金沔.朴惺.曺應仁.文景虎.朴而章 등 동문 문인과 함께 의병을 일으켜 왜병에 대항했다. 향촌민의 신망을 한 몸에 받고 있었던 그가 의병장으로 나서자 원근의 선비와 민중들이 모여들어 그의 휘하는 精兵 수백과 槍軍 수천의 대부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는 돌격 선봉장 孫仁甲으로 하여금 군사를 훈련하고 군비를 갖추게 함으로써 의병을 정예화하는데 주력했다. 그의 의병은 達城郡茂溪에 주둔하고 있던 村上景親의 왜병을 공격하여 격퇴시키는 등 각지에서 높은 전과를 올렸다. 이러한 성공적인 의병활동은 그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계기를 가져다 주었다.

난이 끝난 뒤 그는 主和論者인 柳成龍을 공격해 실각시키는 한편 崔永慶의 獄事를 주도한 成渾을 극력 비난함으로써 西人과의 공론대결을 전개해 그의 관작이 추탈되게 하였다. 나아가 그는 선조 37년 『南冥集』을 편찬하면서 李彦迪과 李滉의 학문을 貶下하는 跋文을 실어 江左學派와 차별성을 부각하려 했다. 광해군 3년 그는 이언적.이황을 文廟에서 黜斥할 것을 주장하는 이른바 晦退黜享疏를 올림으로써 南人과의 명분대결을 주도했다. 그러나 대북정권의 명분우위를 확인하려는 그의 이러한 시도는 서.남인 조관 및 유생들의 집중 공격을 받아 실패하고 말았다. 이 사건으로 左贊成을 辭職하고 낙향한 그는 이후 領議政에까지 제수되었으나 한번도 부임하지 않았으며, 간헐적으로 광해군을 만나 殺弟 및 廢母의 부당성 등 정치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개진했을 뿐이었다.

1623년 仁祖反正이 일어나자 정인홍은 廢母殺弟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되어 사형을 당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가 폐모살제를 분명 반대했을 뿐만 아니라 폐모가 결행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그의 죄목은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것이었다. 결국 반정세력들은 대북정권 명분의 상징적인 인물인 정인홍을 제거함으로써 반정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획책했기 때문에 그를 참형에 처하고 말았던 것이다.

정인홍은 南冥學의 진수를 체득 계승한 碩學이었으며 위대한 실천적 儒學者였다. 그는 퇴계학파의 思辨的四七理氣論의 지나친 이론적인 면을 비판하고 實踐躬行經世濟國의 拯出思想으로 유학의 병폐를 극복하는 한편 제도의 모순과 폐단을 적극적으로 개혁하고자 한 江右學派의 제일가는 驍將이자 巨木이었다. 丹齋申采浩는 그를 朝鮮第一의 정치가로 推擧했으며 비록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鄭仁弘傳』을 저술하려는 腹稿를 갖고 있기도 했던 것이다.

江右 즉 경상우도는 좌도와는 역사와 전통을 달리한다. 좌도는 新羅의 故土로서 신라의 전통을 연면히 이어온 고장이다. 그러나 우도는 加耶의 故土로서 은둔의 기질이 있어 좌도의 好宦的 기질과 대조된다. 또한 좌도가 李滉과 그 문도들의 교화에 의해 道學이 발전한 반면 우도는 曺植과 그 문인들이 교화를 펴 도학이 閭巷에 널리 퍼져 禮義忠信을 알고 실천해 나갔다. 특히 우도는 과단하고 실천성이 강한 정인홍의 威名에 의해 그의 학풍이 널리 퍼져 좌도와는 판이한 유학풍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조식은 산림학파의 영수였지만 隱遁棄世하여 吟風弄月이나 하던 현실도피의 유약한 腐儒俗物이 아니었다. 그는 憂國愛民의 경륜을 가슴에 간직하고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며 未久에 닥칠 국난에 대비하여 이를 匡救할 인재를 양성하고 교육하는 것을 자기의 사명으로 삼았다. 그의 문하에는 많은 인재들이 모여 들어 우도에는 그의 문도가 없는 곳이 없었으며 이들에 의해 大義名分孝悌忠信敬義의 풍조가 정착되었다. 조식이 만년에 敬義 두 글자를 써 붙이고 修德과 講學으로 여생을 보낸 지리산 천왕봉 밑의 山天齋는 좌도의 陶山과 병칭되는 유교 私學의 본산이었다.

경상우도의 유학 토양은 하나의 학파를 형성시킬 만큼 풍윤한 것이었다. 成宗朝에 사림파의 영수요 영남학파의 宗師인 金宗直이 密陽에서 태어나 咸陽에서 문풍을 진작시켰으며, 그의 문도인 金宏弼이 玄風에서, 鄭汝昌이 咸陽에서, 金馹孫이 淸道에서 각각 태어나 유학을 크게 일으켰다. 또 李彦迪도 경상감사로 재직하면서 이 지방의 교화에 힘쓰는 한편 유학의 발전을 적극 지원했다. 이언적은 조식을 조정에 천거했으며 서로 書信을 교환하기도 했다. 이언적이 재직중에 조식을 만나려하자 그는 관직을 버리고 고향에 돌아가면 그 때 安康의 고향댁을 방문하겠다며 사양했다. 이외에도 李滉.金大有.李浚慶 등 많은 학자들이 조식과 神交 혹은 今蘭之交를 맺어 학문을 논하고 인생과 현실을 논하여 조식이 巨儒로 성장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이같은 儒敎와 文敎의 토양에서 조식에게서 교육받고 그의 사상에 감화되어 그를 宗師로 받드는 문도들에 의해 江右學派가 형성될 수 있었다. 즉 星州.陜川.居昌.山淸.咸陽.晉州.宜寧.昌原.河東.高靈.玄風.草溪.三嘉.知禮.金山.安陰 등 경상도 강우지방에는 持敬居義反躬體驗實踐躬行을 기치로 하는 강우학파와 학풍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강우학파는 大義名分論에 입각한 實踐的인 節義思想이 가장 두드러진 학파였다. 임란 당시 의병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곳이 경상우도였다는 점도 강우학파의 그러한 성격이 널리 파급된 결과였다. 그들은 휴전교섭이 진행될 때 이를 반대하고 왜병을 끝까지 섬멸할 것을 주장하였으며 전쟁이 끝난 뒤 정인홍은 主和論者인 영의정 柳成龍을 탄핵하여 실각토록 하기도 했던 것이다. 또 그의 제자인 鄭蘊은 丙子胡亂 당시 斥和를 강력하게 주장하였으며 和議가 이루어지자 자결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강우학파의 전통은 韓末에까지 계승되어 儒林獨立 운동의 大宗인 巴里長書 사건을 주도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德川師友淵源錄」을 비롯한 門人錄에 의하면 曺植의 제자는 132명에 이르고 있으며 私淑門人은 수를 셀 수 없을 정도이다. 또한 南冥淵源의 鄭仁弘 제자는 78명이었고 鄭逑 제자는 30명 정도 찾아진다.

강우학파는 仁祖反正 당시와 英祖朝鄭希亮亂 등으로 인해 상당한 타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학통과 학풍은 연면히 이어져 왔다. 韓末에는 星州의 李震相이 강우지방의 풍토에서 성리학을 大成했다. 그는 원래 퇴계학통에 속하였으나 강우학파 학풍의 영향을 받음으로써 그의 학설은 강좌학파에 의해 호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의 문인 郭鐘錫은 主理學說의 발달에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3.1 해방운동 당시에는 儒士로서 儒林의 독립운동인 巴里長書 사건을 주동했다. 그의 문하에 다시 金昌淑이 배출되었다. 그는 김우옹의 후손으로 독립투쟁을 전개했고 해방 후에는 反獨裁 투쟁과 함께 민족정기의 宣揚에 진력했다. 특히 곽종석의 문인인 河禹善은 江右儒學의 총본산인 德川書院의 院任을 맡아 儒契를 만들고 東齋를 세우고 德川淵源錄을 편찬하는 등 강우학파의 순수 正統의 맥을 계승했던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