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2
남명연원을 찾아서(5)

寒岡 鄭 逑

宋 準 湜
(晋州專門大 敎授)

先生의 字는 道可, 號는 寒岡으로 中宗 38년 (1543) 淸州를 貫鄕으로 하여 경상도 星州 沙月里에서 태어났다.

先生의 家系는 高麗의 保勝別將 克鄕을 始祖로 하는데 그는 先生의 14代祖이다. 朝鮮建國 직후에 淸州 鄭氏는 摠과 摺 형제가 開國 定社功臣이 되어 가세를 떨쳤다. 先生의 祖父 應祥은 寒暄堂 金宏弼의 門人으로 그의 사위가 되는데 이를 계기로 그의 집안이 영남의 士林계열에 속하게 된다. 先生의 先系는 漢陽에서 살았는데, 金宏弼의 사위인 應祥이 죽자 그의 아들 思中은 어머니를 모시고 玄風 外家에서 星州 李氏와 婚姻하여 星州에 살게 되었다.

思中은 세 아들을 두었는데, 선생은 그 세째 아들이다. 先生의 큰형 适은 35세에 사거하였는데 그의 딸이 張顯光의 妻가 된다. 둘째 형 逵(후에 崑壽로 改名)는 文科에 壯元及第하여 領中樞府事 西川府院君이 되었다. 이로써 淸州 鄭氏 집안은 顯官으로서 崑壽를 배출하고 學者로 先生을 배출함으로써 영남사림계의 확고한 위치를 잡게된다.

先生은 文科에 登第하고 全羅道都事 贈承政院都承旨인 아들 樟을 두었고, 樟은 承議郞을 지낸 惟熙와 參奉을 지낸 惟熱, 惟燾의 세 아들을 두었다.

先生은 유년시절부터 「天資豪邁 志于遠大 色辭之間 英彩發越」하여 주위 사람들이 크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한다.

10세때 이미 大學·論語를 읽어 大義에 통했고, 12세 때는 孔子의 畵像을 그려 벽에 붙여 놓고 매일 보며 절을 했다하니, 이때부터 聖賢을 自期했다 하겠다.

13세때 南冥의 수제자로서 星州鄕校의 敎授로 있던 德溪 吳健으로부터 「易」을 배우게 된다.덕계를 만남으로써 선생의 학문은 진일보하고 완숙하게 된다.

21세 때 봄에 선생은 退溪를 찾아 하루를 머문다. 이때 退溪로부터 「爲學次第之方」을 듣고 「爲學所定之處」를 터득하게 되었으며, 이를 계기로 더욱 면려하여 학문이 날로 확충된다. 그 해 가을 鄕試의 進士 초시에 합격하고 12月에 光州 李氏와 혼인하였다. 이듬해 봄 회시 응시를 위해 上京하였으나 科場에 들어 가지 않고 귀향하였다. 그 후 科業은 포기하고 더욱 學問에 열중했다.

23세 때 退溪에게 「心經」에 대하여 질문하였는데 「自是以後 不惟躬往來 其修牘質間者亦且相續」한 것으로 보면 이 때는 서면으로 질의하고 답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先生이 退溪의 가르침을 받은 내용은 26세에 川谷書院의 院號를 품정한 것, 伯氏 适의 入後에 관한 것, 그리고 婚事등 家事에 관한 것 등이다.

24세 되던 봄 선생은 南冥을 찾아가 뵙는다. 이 때 南冥은 「士君子大節 惟在出處 汝於出處粗有見得 吾心許之也」라 하여 선생을 제자로 삼는다. 그 후로 여러차례 南冥을 방문한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무슨 내용을 배웠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南冥에 대한 선생의 존경은 아래의 南冥의 祭文에 있듯이 최대의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한편 先生은 南冥의 문인인 金宇 , 崔永慶 등과 친밀한 관계를 가졌고, 鄭仁弘과의 관계도 서로가 상당히 호의적인 관계를 지속하고 있으며 또한 南冥과 가까웠던 成運과도 인연을 맺고 있다. 그리고 선생이 태어나서 생애의 대부분을 보낸 성주의 지역적인 관계나 선생이 교류한 인사들과의 관계를 고려한다면 退溪와 그의 문인 보다는 南冥과 그의 문인들과의 관계가 더욱 가까왔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뒷날 선생이 「退溪嫡傳」으로 오직 退溪의 학통을 이어받은 것으로 평가되는 것은 선조말 광해군대의 南冥문인과 退溪문인 간의 갈등과 그후의 선생의 문인들의 정치적 향배와 관련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 양문인들 사이에서 선생은 柳成龍이나 金誠一처럼 退溪학문의 적통을 주장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았고, 鄭仁弘처럼 南冥 일변도로 철저히 기울어질 수도 없는 미묘한 입장에 처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許穆 등의 이른바 近畿南人들의 인조반정 이후의 정치적 향배와 관련에서 선생의 이와 같은 미묘한 학통적 위치에서 退溪와 연결시키려는 자신들의 학통을 정당화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그 후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서 退溪가 先生의 나이 28세에 卒하고 2년 뒤에 南冥 역시 졸하였으며, 德溪도 선생이 32세에 졸함으로써 30세를 전후로 해서 그의 受學은 끝난다.

31세에 東岡의 천거로 관직이 제수된 후 여러번 관직이 제수되나 나가지 않다가 宣祖13년 先生의 나이 38세에 昌寧縣監을 시작으로 出仕한다. 그 후 강학과 저술·출사가 계속 된다.

38세 때 昌寧縣監에 제수된 후 선조를 뵙는다. 선조는 退溪와 南冥의 학문과 氣象을 물으니 아래와 같이 대답했다.

49세 때 11월에 通川郡守로 임명되었으나 사양하다가 50세 때인 壬辰年 正月에 부임했다. 그해 여름에 壬辰倭亂이 일어나자 여러 고을에 격문을 보내 倡義討賊하였다.

61세 때 겨울에 그의 절실한 친구인 金宇 이 죽었으며, 南冥 문하에서 같이 수학한 鄭仁弘과 절교한다. 그러나 절교 후에도 두 사람은 상호 상당한 호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곧 광해군 즉위 후 정인홍이 중심이 된 大北정권에서 선생을 大司憲에 特拜하는 등 선생에 대한 예우를 하였고 선조 41년 정인홍이 영변으로 귀향을 가게되자 아들 樟을 직접보내 그를 위로하는 등의 호의를 보내고 있다. 63세 때에는 「朔望通讀之規」라는 學規를 제정하여 난리로 말미암아 失學한 鄕中 자제들의 학업을 장려하였다. 이 해 11월에는 삼가의 龍岩書院과 晋州의 德川書院을 찾아가 南冥 묘에 제사를 드렸으며 山陰의 德溪 묘소를 방문하여 제사드리고 咸陽의 濫溪書院을 배알하고 一 先生 묘소에 제사를 드렸다.

65세 정월에 安東大都護付使에 임명되어 부임하는 길에 禮安의 陶山書院과 易東書院을 들러서 退溪선생의 사당에 謁廟하였다.

光海君이 왕위에 오른 뒤 「廢母殺弟」문제로 대북정권에 반대한다. 이 때 先生은 綱常大義의 명분론으로 全恩設을 주장,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끝까지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아니 하였다.

77세 되던 해 6月 道東書院과 金海에 있는 新山書院를 두루 拜謁하고, 7月에 東萊溫泉 등에 머물고 昌原 觀海亭을 거쳐 10月에 돌아왔다.

光海君 12년(1620) 泗陽精舍 持敬齋에서 병으로 눕게 되어, 5일째 되는 날 考終하였으니 亭年 78세였다.

이 때 모인 弔客은 慶尙道外에 京畿, 江原, 全羅, 忠淸에서 모여 460여 명이나 되었다. 그해 8월 光海君이 禮曺佐郞을 보내어 致祭했다.

仁祖가 즉위하여서는 賜祭하고 資憲大夫吏曺判書 兼 知義禁事에 追爵하여 川谷書院에 配享하였다. 또, 2년 후 9월에 관원을 보내어 '文穆'이라는 諡號를 내렸는데, 勤學好問의 '文'자와 抱德懷義의 '穆'자이다. 孝宗 8年(1657) 10月에는 贈大匡輔國崇祿大夫議政府領議政 兼 經筵弘文館藝文館春秋館觀象監事世子師 가 追尊되었고, 顯宗 3년 (1662)에 蒼坪에서 고을 북쪽 鎭山 남쪽 기슭에 개장하였다. 肅宗 3년(1677) 3월에 여러 문생들의 상소로 인해 임금이 관원을 보내어 諡號의 註를 고쳐 내렸다. 즉, '勤學好問之文'을 '道德博聞之文'으로 하였다.

사후 2년 뒤(1622)부터 硏經書院·川谷書院 등에 배향되고, 후학들이 檜淵書院(1627,星州)·檜原書院(1634,昌原)·龍泉書院(1635,成川)·冠山書院(1638,昌寧)·竹林書院(1649,木川)·泗陽書院(1651,漆谷)·三陽書院(1677,沃川) 등을 세워 位版을 봉안하였고, 雲谷書院(1661,忠州)을 세워 朱子를 봉안하고 그를 종사하였으며, 현풍선비들이 조정에 요청하여 道東書院에 선생의 위판을 봉안하게 되었다. 肅宗 16년(1690) 檜淵書院이 사액된다.

선생의 학문은 德溪·退溪·南冥의 영향으로 그들의 장점을 취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한강의 학문적 관심은 상당히 광범위하다. 72세 때의 화재로 저술의 대부분을 잃었다고 하지만 현재 전해지는 저술만으로 방대하다. 先生은 心學·禮學은 물론이고 地理學·政治學·史學·文學·醫學에 걸쳐 다방면의 많은 저술을 하고 있다. 先生의 학문적 체계가 지향하는 바는 實用性·實踐性에 있다. 近畿의 남인학자들이 실학적 연원과 그들의 학통을 先生에 연결하는 것은 先生의 학문성향 때문 일 것이다. 先生의 학문성향은 先生의 모든 저술에 관통하는 것으로서 先生의 저술은 모두 先人의 설을 긴요하게 볼 수 있도록 편집하는데 주력하고 있고 논변을 위한 글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먼저 性理學에 관한 그의 저술 중 현존하는 것은 주로 「心學」에 관한 것이다. 心學에 대한 先生의 입장을 정리하여 완성한 책이「心經發揮」이다. 先生의 「心經發揮」는 退溪·南冥의 심학을 집대성하여 완성한 것으로 후대 심학 연구의 指南이 된 것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先生의 성리학 연구와 관련된 글로서는 「谷山洞庵誌」「臥龍巖誌」「洙泗言仁錄」「濂洛羹墻錄」「聖賢風範」「中和集說」「改正朱子書節要總目」등의 저술이 있다. 先生의 문인들과의 대화나 서신에서 보면 상당한 정도로 성리설에 박통하고 있으나 이 방면의 저술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선생의 학문 성향에 관련된 이유에서 일 것이다.

다음으로 先生의 학문체계를 구축하는 중요한 영역은 「예학」이다. 先生이 일생동안 가졌던 관심중의 하나가 올바른 禮의 실천이며 어쩌면 가장 큰 힘을 기울였던 저술작업도 禮書의 편찬이 아닌가 생각된다. 禮學은 성리학과도 직결된다. 인간 행동의 내면적 기저를 다룬 부분이 理氣心性論이라면, 외면적 행위 규범화한 영역이 禮學이라 할 수 있다. 朱子家禮의 정리로부터 시작된 先生의 禮學은 만년에는 朱子 이외의 여러 학자의 예설을 폭넓게 수집 분류하는 방향에서 정리되고 있다.先生이 찬술한 禮書로는「家禮集覽補註」「昏儀」「冠儀」「五先生禮說分類」「深衣製造法」「禮記喪禮分類」「五服沿革圖」등이다. 先生의 예학은 같은 무렵의 金長生의 禮學과 차이를 보이고 있는바, 이후 許穆 등 畿湖南人의 禮學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한편, 선생은 첫 부임지인 창녕의 읍지인 「昌山誌」를 편찬한 이후 그의 부임지마다 邑志 또는 道志를 남기고 있다. 先生이 지방관으로 부임하여 편찬한 邑誌·道誌는「昌山誌」「同福志誌」 「咸州誌」「通川誌」「臨瀛誌」「關東誌」「福州誌」등이 있다. 이 밖에도 先生은 「永嘉誌」「春川誌」 「平壤誌」「忠州誌」등의 편찬에도 관여한다. 읍지의 편찬은 한강의 지방 수령직 선호와 함께 南冥이 실용을 중시한 측면과 出處에 관한 평소의 견해를 先生이 수용·실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先生의 역사관계 저술로는 「歷代紀年」 「古今忠謀」 「治亂提要」 「古今人物誌」등이 있으며, 傳記에 관한 것으로는 金宏弼의 年譜와 師友錄을 만들었으며, 家傳하는 金宏弼의 사실들을 다시 정리하여 「景賢續錄」을 편찬하였으며, 鄭汝昌의 전기인 「一 實記」를 지었으며, 柳希春이 만든 「儒先錄」의 후편으로 「儒先續錄」을 찬술하기도 하였다.

또한 先生이 찬술한 문학서로는 「古文會粹」「樂天閒適」「朱子詩分類」등이 있고, 醫書로는「醫眼集方」과「廣嗣續集」이 있다.

先生은 전국에 걸쳐 許穆, 李安訥, 文緯, 李原慶, 鄭蘊, 金沔, 徐思遠, 黃宗海, 朴惺, 李潤雨, 孫處訥, 張興孝, 裴尙龍 등의 제자를 길러냈고, 특히 영남 문사의 대부분이 그의 문도들이며 그 수는 「檜淵及門諸賢錄」에 의하면 341인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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