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해의 노래
金 棟 列
(시인, 본원 이사)
금년은 토끼의 해
사나운 호랑이는 떠나고
이어 토끼가 왔다.
쫑긋이 솟은 귀
연홍빛 눈망울
토실한 털옷에 은빛 수염을 달고
깡충깡충 뛰어 왔다.
풀밭에 뒹굴다가
오물오물 떡잎을 씹다가
또 호랑이가 올까
잠도 잠깐, 오줌도 짤끔
제 방귀에 놀라는
조심 많은 그 순진성.
남을 공격하거나
방위할 무기도 없이
예리한 감각과 호신술로
힘에 맞서는 평화 애호가
낙원을 꿈꾸는 이상주의자.
맹수들이 들끓는 밀림에서
생존을 누려 온 토끼-
험난한 세상을 살아온 우리들-
함께 힘 모아
이 20세기 말을 찬란히 빛내자.
새 千年이 동트는
저 고개로 껑충 뛰어 오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