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山書院 重建記
惟我南冥老先生當就金海府東之神魚山開藏修講學之所卽山海亭也其後士林建書院于亭之東麓奉享先生未幾而遭壬辰兵禍享與院俱歸於烏有於是士林再建書院于亭之遺址名之曰新山蓋取新與神之音相似也因幷享松溪申先生申先生以當世遺逸爲老先生知己之友故也院宇前臨洛江入海之口爲東南山川畢湊之地今古人物都會之處新山之名爲一國衿紳之所嚮仰者二百有餘載矣乃於王朝之末又被毁撤風悲室虛月寒庭蕪士子之齎恨久矣往在丙子金海鄕中儒論峻發經始有年 誠竭力遂復其舊盡輪奐之美堂齋祠屋幷仍舊名祠曰崇道神門曰祗肅院之正堂曰中正左右爲室以翼之左敬齋而右義齋也堂之南爲東西齋東喚醒而西有爲也正門則進德也役旣訖李康琳盧泰元諸公遠訪佑成于北漢山下請以記文佑成復之曰近來諸州之興復書院不一而止書院者學校也奬育人材之場也 今公私學校碁布域內學徒 集以回視書院 案寂寞絃誦永絶無其實而有其名顧何用哉然春秋尸祝先賢矜式多士在今日世界人類惟物是崇利慾橫流之中撫念先賢之往 依實事而求其是尊德性而篤倫常其有補於風化不可少也況我南冥夫子直內方外之學壁立萬 之像有足以砥柱乎頹波宜乎後人之百世芬苾而無替彼德川一區在先生有同於朱子晩年考亭之滄洲以此地實無異於初期之雲谷中歲之武夷也且有申先生淸德雅操以之左右而流其芳馨焉則諸君子今日之擧大有意義不可與他州之尋常興復比而同之也凡居斯土而名在儒案者疇不樂成而同參也哉佑成生長同省私淑敬義之敎而奔走世路虛度光陰遂至白首無聞然其於高山景行之思亦不後於人人玆於諸公之請不敢引分終辭略書院廢興之顚末又以所嘗與諸公言者書之如右以塞其請云爾
歲戊寅南至後三日學術院會員民族文化推進會長成均館大學敎名譽敎授文學博士驪州李佑成謹記
신산서원(新山書院)중건기(重建記)
우리 남명 조선생(南冥曺先生)께서 일찍이 김해부(金海府) 동쪽의 신어산(神魚山)에다 장수(藏修)하고 강학(講學)하실 곳을 여셨으니,
곧 산해정(山海亭)이다. 그 뒤 사림(士林)들이 산해정의 동쪽에 선원을 세워 선생을 봉향(奉享)했다. 임진왜란(壬辰倭亂)을 만나 정자와 서원이 모두 싹 없어지게 되었다. 이에 사림에서 정자가 있던 터에다 서원을 다시 세우고 신산서원(新山書院)이라 이름을 붙였으니, 대개 새「신(新)」자와 신어산(神魚山)의「신(神)」자가 서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송계 신선생(松溪申先生)을 병향(幷享)하였는데, 신선생은 그 당대의 유일(遺逸)로서 노선생(老先生)의 지기지우(知己之友)였기 때문이다.
서원과 사우(祠宇)는 앞으로 낙동강(洛東江)이 바다로 들어가는 하구(河口)에 임해 있어, 우리 나라 동남지방의 산천이 다 모여드는 곳이다. 고금의 인물들이 모여들던 곳으로서, 신산(新山)이라는 이름은 온 나라의 선비들이 그리워하며 우르런 지가 200여 년이 되었다. 조선왕조(朝鮮王朝)의 말기에 또 훼철(毁撤)을 당하게 되니, 바람은 스산하고 집은 텅 비고 달빛은 싸늘하고 뜰은 황폐해져, 선비들이 한스러움을 머금은 지가 오래 되었다.
지난 병자(丙子;1996)년에 김해(金海) 향중(鄕中)의 논의가 크게 일어나, 복원(復元)하는 일을 기획하여 여러 해 동안 추진하느라고 정성과 힘을 다하였다. 드디어 그 옛 모습을 회복하니, 장엄하고 산뜻한 아름다움을 다하였다. 강당(講堂), 동서재(東西齋)와 사우(祠宇)는 모두 옛날 이름 그대로 따랐으니, 사우는 숭도사(崇道祠), 사우의 문은 지숙문(祗肅門), 서원의 중앙 강당은 중정당(中正堂)이라 하고, 좌우에 방을 넣어 새 날개 모양으로 만들었는데, 왼쪽은 경재(敬齋) 오른쪽은 의재(毅齋)라고 했다.
강당의 남쪽은 동서재인데, 동재(東齋)는 환성재(喚醒齋)라 하고 서쪽은 유위재(有爲齋)라고 했고, 정문은 진덕문(進德門)이라 했다.
일을 다 마치자 이강림(李康琳) 노태원(盧泰元) 제공(諸公)이 멀리 북한산(北漢山) 아래로 나를 찾아와 기문(記文)을 청하기에 내가 이런 취지로 대답하였다.
근래 여러 고을에서 서원을 복원하여 세우는 곳이 한두 군데만이 아니다. 서원이라는 것은 학교로서, 인재를 장려하여 기르는 장소다. 지금 공사립학교가 나라 안에 바둑돌처럼 널려 있고 학생들이 많이 모여 있다. 그러나 서원을 돌아보건데, 옛날 쓰던 책상 등은 쓸쓸하고 악기를 연주하고 시(詩)를 외우던 소리는 영원히 끊어졌다. 그 실체(實體)도 없으면서 그 이름만 있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러나 봄가을로 선현(先賢)을 향사(享祀)하여 여러 선비들에게 공경하며 본받을 전범(典範)이 되게 하여, 오늘날 세계 인류가 오직 물질만 숭상하고 이욕(利慾)이 범람하는 가운데서도, 선현의 지난날의 자취를 어루만지며 생각하고 실질적인 일에 의거해서 옳은 바를 구하고, 덕성(德性)을 높여서 윤상(倫常)을 돈독히 한다면, 풍화(風化)에 도움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우리 남명부자(南冥夫子)는 경이직내(敬以直內) 의이방외(義以方外)의 학문과 벽립만인(壁立萬 )의 기상으로, 퇴폐한 세파(世波)를 막아낼 위치에 계신 분이니, 뒷 세상 사람들이 백세(百世)토록 변하지 않고 향사(享祀)를 올리는 것이 마땅한 것이다.
저 덕천서원(德川書院)이 있는 곳은 노선생(老先生)에게 있어서 주자(朱子)가 만년을 보냈던 고정(考亭)에 있는 창주서원(滄洲書院)과 같은 바가 있고, 이 곳은 실로 주자가 초기에 살았던 운곡(雲谷)이나 중년에 살았던 무이(武夷)와 다를 바 없다. 또 신선생(申先生)의 맑은 덕(德)과 고아(高雅)한 절조(節操)로써 좌우에 모셔 그 꽃다움이 후세에 전해지게 했으니, 여러 군자(君子)들의 오늘의 이 일은 크게 의의가 있는 것으로서, 다른 고을의 심상한 복원과 비교하여 한 가지로 여겨서는 되지 않을 것이다. 무릇 이 땅에 사는 사람으로서 이름이 유안(儒案)에 올라 있는 사람이라면, 누가 서원이 이루어지는 것을 기뻐하여 동참하지 않겠는가?
나는 신산서원이 있는 도(道)에서 태어나서, 경의(敬義)의 가르침을 사숙(私淑)하였으나, 세상에 나가 분주히 지내다 보니 세월을 헛되이 보내 버리고서 드디어 머리가 허옇게 되어서도 아무 이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높은 산을 우르러보고 선생이 다니시던 큰 길을 걸어가고자 하는 생각은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이에 제공(諸公)들의 요청에 내 분수를 끌어들여 끝내 사양하지 못하고, 서원 폐흥(廢興)의 전말을 대략 서술하고, 또 제공들과 주고 받은 말을 이상과 같이 적어서, 그들의 요청한 일에 내 책임을 다 할 따름이다.
무인(1998)년 동지 삼일 뒤에, 학술원 회원 민족문화추진회 회장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문학박사 여주(驪州) 이우성(李佑成)은 삼가 기문을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