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海亭重修記

亭於洛江之上神魚之下扁以山海者文貞公南冥曺先生藏修講學所而已經四百五十年矣滄桑屢亭之隨壞隨補而先生之遺風餘韻愈久愈著者殆與山海同其流峙而花石依舊烟霞不改則吾後學彷徨遺而不禁曠世之感矣古靖節之醉石晦菴之武夷其亭宇未必有宏麗之觀而到于今千百載傳誦者盖以風節德業之聳動後人故也先生値國朝明宣之際目擊朝綱益紊時事轉非守蠱九之節確潛龍之義者是其果忘世耶不知先生之學無以見其所立之有所本也不見先生之義無以知其所學之有所成世之徒慕先生而不究其所本者烏足以知先生之全體也哉近世儒賢之論東方出處而於先生極推重無貳辭則固不以一時之顯晦而掩百世之公議矣嘗先生之嘉遯也幷世名碩式月徵逐講磨於是亭而後日建院俎豆以松溪申先生聯享者以其有出處志義之同跡矣不幸以邦令見撤茂草百年而鄕土猶奉菜儀者積有年所矣肆在丙子士論齊起重建祠宇亭亦重修盖不可變者道也往必復者運也吾道之晦而復明豈無其日而此其爲之兆歟於是盧泰元李康琳以諸公意責雨燮以記之伏念先生稟河嶽之精有壁立之像學貫敬義義明王覇畢生自靖於山海頭流之間而其立言垂訓盡在遺書世之慕先生之風而學先生之道者熟讀而精究焉則向所謂所立之有所本所學之有所成者可彷彿乎七分而無愧爲先生徒也今院亭之復且修爲綱常人紀重而宜二先生之享於一室則豈直爲追舊典擧廢儀而已哉余特有感於祠院之興廢實關於世道之汚隆而其機只在虛實之間則此士林後學之所當念而余之所以記也.

己卯歲之春正月後學完山李雨燮謹記

낙동강(洛東江) 위 신어산(神魚山) 아래에 정각(亭閣)을 지어 산해정(山海亭)이라 일렀던 바 곧 문정공(文貞公) 남명 조선생(南冥曺先生)의 장수강학(藏修講學)한 곳으로 이미 450년이 되었다.

창상(滄桑)이 누변(屢變)한 가운데 여러 차례 중건보수(重建補修)하였고 선생의 유풍 여운(遺風餘韻)은 더욱 현저(顯著)하여 저 산과 바다와 함께 이름이 전해지고 있다. 화석(花石)은 의구(依舊)하고 운하(雲霞)는 항시 이곳에 감돌고 있으니 우리 후학(後學)들이 선생의 유적(遺跡)에 방왕(彷往)하여 애닯게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달래고 있다. 옛날 도연명(陶淵明)의 취석정(醉石亭)과 주부자(朱夫子)의 무이정사(武夷精舍)가 반드시 화려(華麗)한 경관(景觀)이 아닐 것이로되 천추(千秋)의 오늘날까지 알려져 온 것은 그 풍절(風節)과 도학(道學)이 후인(後人)에 사표(師表)가 되는 까닭이다. 선생이 국조(國朝) 명종(明宗) 선조(宣祖) 때에 조정(朝廷)의 기강(紀綱)이 어지러워지고 시사(時事)의 비의(非義)를 목격(目擊)하여 지절(志節)을 지니고 잠룡(潛龍)의 의(義)를 굳게 간직하였으니 이것이 과연 세상을 내버려 두었다 할 것인가. 선생의 학문을 알지 못하면 그 학문의 대성(大成)을 알지 못할 것이니, 세상에서 한갖 선생을 존모(尊慕)하고 그 근본의 경지를 연구하지 아니한 분이 어찌 선생의 전체(全體)를 안다 할 수 있겠는가. 근세의 유현(儒賢)들이 동방의 출처(出處)를 논평할 적에 오직 선생에게는 극(極)히 추중(推重)하여 두 말이 있을 수가 없으니, 한갖 일시(一時)의 현회(顯晦)로서 백세(百世)의 공론(公論)을 숨길 수는 없다. 선생이 이곳에 은거(隱居)하실 적에 당시 명현(名賢)들이 자주 이 정자(亭子)에서 강학(講學)하였고 후일에 서원(書院)을 지어 제향(祭享)을 모실 적에 송계(松溪) 신선생(申先生)과 聯享한 것은 오직 두 분 선생의 출처(出處)와 지절(志節)이 유일하게 같은 까닭이다. 불행히 나라의 훼철령(毁撤令)으로 100년 동안 황무(荒蕪)하였으나, 고을 사림(士林)이 채례(菜禮)를 받든 지 여러 해가 되었다. 지난 병자년(丙子年)에 유림(儒林)의 공의(公議)로 사우(祠宇)를 다시 중건하고, 산해정(山海亭)을 중수하게 되었다. 대개 변치 않는 것은 우리의 도(道)요, 반드시 돌아오는 것은 운세(運勢)이다. 우리의 도가 어두워진 뒤에 다시 밝아 오는 것이 어찌 그날이 없을 것이며, 이것이 곧 그 조짐을 보인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에 노태원(盧泰元) 이강림(李康琳)이 유림(儒林) 공의(公議)로 나에게 기문(記文)을 짓게 함이었다. 아아 선생은 산하(山河)의 정기(精氣)를 받아 벽립천인(壁立千인)의 기상을 안았고 학문은 경의(敬義)를 관철(貫徹)하고 출처(出處)의 대의(大義)는 왕패(王覇)를 분명케 하여 김해의 산해정(山海亭)과 두류(頭流)의 산천재(山天齋)에서 평생토록 자정(自靖)하셨다. 그 입론수훈(立論垂訓)이 유서(遺書)에 남아 있으니, 선생의 유풍(遺風)을 앙모(仰慕)하고 선생의 도(道)를 배우고저 하는 사람은 그 문집(文集)을 숙독연구(熟讀硏究)하면 이른바 선생의 수립(樹立)의 근본과 학문의 성취한 바를 알 것이요 또한 선생의 후학(後學)됨이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이제 서원(書院)과 정각(亭閣)을 복원중수(復院重修)한 것은 강상유풍(綱常儒風)에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며, 2선생을 일실연향(一室聯享)의 개기(開機)를 이루었으니, 다만 구전(舊典)을 회복하고 황폐(荒廢)된 원의(院儀)를 재거(再擧)하는 데만 있겠는가. 나 특히 서원의 흥폐(興廢)가 세도(世道)의 성쇠(盛衰)에 달려 있음을 감탄(感歎)하였고 그 기미(機微) 또한 허위(虛僞)와 실천(實踐)에 관계됨이 크다 할 것이니, 이것을 우리 사림후학(士林後學)이 마땅히 체념(體念)할 것이요, 나의 기문(記文)의 의의(義意)도 곧 여기에 있는 것이다.

기묘년 봄 정월 후학 완산 이우섭이 삼가 기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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