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冥淵源私淑人物考

용담(龍潭) 박이장(朴而章)

史載明
本院常任硏究委員

박이장(朴而章, 1547∼1622)의 자는 숙빈(叔彬)이고, 호는 용담(龍潭)이며, 본관은 순천(順天)으로 고령(高靈: 陜川)에 거주하였다. 그는 명종 2년(정미) 11월 27일 오시(午時)에 합천 남교리(藍橋里)에서 아버지 양좌(良佐, 號復齋)와 어머니 성산이씨(星山李氏) 사이에서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선세(先世)는 개경(開京)에 거주하였는데, 6대조가권(可權)은 여말(麗末)에 개성판윤(開城判尹)을 지내다가 성주(星州)로 옮겨 수륜동(修倫洞)에 살았다. 고조 사맹공(司猛公)에 이르러 합천의 남교촌(藍橋村)으로 옮겨 살게 되었다.

그의 세계를 적기해 보면 다음과 같다

그에 관한 자료는 ≪용담집(龍潭集)≫7권 3책 ( ≪韓國文集叢刊≫56, 서울: 民族文化推進會, 1990)으로 그 구성은 정래석(鄭來錫)의 서(序)를 비롯하여 권1에는 부(賦) 4편, 시(詩) 74제 102수, 권2에는 시 124제 176수, 권3에는 교서(敎書) 1편·소(疏) 2편·차(箚) 2편·계(啓) 5편·연설(筵說) 3편·책(策) 1편, 권4에는 서(書) 11편·서(序) 4편·논(論) 3편·제문(祭文) 3편·행장(行狀) 1편, 권5에는 부록(附錄)으로 연보(年譜) 1편, 권6에는 부록으로 증시(贈詩) 5편·조천별장(朝天別章) 7편·서(書) 2편·만사(挽詞) 7편·제문(祭文) 2편, 그리고 권7에는 부록으로 행장(行狀) 1편·유사(遺事) 1편·신도비명(神道碑銘) 1편·묘지명(墓誌銘) 1편·봉안문(奉安文) 1편·상향축문(常享祝文) 1편·청증시상언(請贈諡上言) 1편·복청시상언(復請諡上言) 1편·발(跋: 張錫英) 1편·식(識) 2편이 있다.

그는 일찍이 가정에서 교육을 받았는데, 아버지 복재(復齋)와 형 남계(藍溪)는 그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 밖으로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서 의리(義理)와 경술(經術)에 정통하였고,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실학(實學)이 규문(閨門)에서 조정에 이르기까지 미쳤으며, 학문과 사변(思辦)하는 공부도 민락을 거슬러 수사(洙泗)에 접하였다. 국제(國制)에 선비를 예우하기 위해 누차 문무과(文武科)를 강정(講定) 하였지만, 그는 성리(性理)와 심학(心學)에 주력함으로써 소재(蘇齋) 노수신(盧守愼, 1515∼1590)선생으로부터 칭찬을 받기도(<龍潭公廟宇重修上樑文>) 하였다. <행장>에 의하면 산해(山海)로부터 도(道)를 들었다고 하는데, 이는 그가 23세 때 덕산으로 남명 선생을 찾아가 배알한 것에 연유한 것이다. 또한 소재로부터 정학(正學)을 취하여 존양성찰(存養省察)을 으뜸가는 공부로 삼았으며, ≪내암집≫의 <문인록>과 <부음정중수계안(孚飮亭重修案)>에 그 이름이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남명, 소재, 내암을 사사(師事)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대체적인 약전(略傳)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과거(科擧)는 21세 때 가을 남계공을 따라 향해(鄕解)를 치룬 것을 비롯하여 26세 때 가을에 향해(鄕解) 양시(兩試)에 합격하고, 27세 때 봄에 회시(會試)에 나아가 진사(進士) 1등, 생원(生員) 2등에 합격하였으며, 28세 때 가을에 별시(別試)에 응하기도 하였다. 38세 때 가을에 동당시(東堂試)에 합격하고, 39세 때 봄 회시(會試)에 하제(下第)로 뽑혔으며, 40세 때 가을에 별시(別試)에 급제하여 갑과(甲科) 제삼(第三)에 올랐다.

벼슬은 30세 때 정월에 기자전참봉(箕子殿參奉)에 제수되었으나 나아가지 않고, 31세 때 영숭전창봉(永崇殿參奉)에 제수되자 이로부터 직(職)에 임하게 되었다. 그가 영숭전에서 숙질할 때는 도백이 직무수행에 열중한 것을 보고 탄복하였다고 한다.

38세 때 승문원정자(承文院正字)와 내한(內翰), 42세 때 예문관대교(藝文館待敎), 43세 때 홍문관수찬지제 교겸 경연검토관춘추관기사관(弘文館修撰知製敎兼經筵檢討官春秋館記事官)에 제수되었다.

45세 때 5월에는 하절사(賀節使) 서장관(書狀官)이 되어 중국에 갔다가 9월에 돌아와 명을 받았다. 그후 그가 두 번째로 중국에 갔을 때는 천재일우(千載一遇)로 오계자(吳季子)가 주(周)나라 음악을 구경한 유풍(遺風)으로 금연가(金蓮歌) 한 곡을 지음으로 당시에 소장공(蘇長公)이 한림원(翰林院)으로 돌아온 고사와 비교되었다고 한다.

48세 때 사간원정언(司諫院正言)이 되어 척화의(斥和議)를 상소하고 안변(安邊)으로 나아가 <기무팔조(機務八條)>를 지었다. 이 해에 최영경(崔永慶)의 신원(伸寃)을 논하자 정경세(鄭經世)도 그와 함께 뜻을 같이 하였다.

49세 때 순창부사(淳昌府使)를 비롯하여 홍문관교리(弘文館校理), 경연강관직(經筵講官職)에 오르고, 51세 때 수원부사(水原府使), 55세 때 성균관전적(成均館典籍)과 상의원정(尙衣院正) 및 선무원종훈(宣武原從勳)에 올랐다.

56세 때에는 사헌부집의(司憲府執義)를 비롯하여 홍문관부응교(弘文館副應敎), 교정경서판(校正經書板), 시강원필선(侍講院弼善), 겸보덕(兼輔德)이 되었고, 이해 2월 13일에는 홍문관전한(弘文館典翰)이 되어 동료들과 합계(合啓)하여 최영경(崔永慶)의 죽음을 신원하였다. 이달 26일 이후로는 통정대부(通政大夫), 홍문관직제학(弘文館直提學), 승정원동부승지지제 교겸 경연참찬관춘추관수찬관(承政院同副承旨知製敎兼經筵參贊官春秋館修撰官)을 배하고, 조정에 입시(入侍)하여 춘추(春秋)를 강하였다. 9월 초4일에 좌부승지(左副承旨)로 이배(移拜)되어 조정에 입시하여 주강(晝講)하였고, 11월에는 성균관대사성(成均館大司成)을 비롯하여 사간원대사간(司諫院大司諫), 12월 초6일에는 홍문관부제학(弘文館副提學)을 배하였다.

57세 때 승정원좌승지(承政院左承旨), 이조참의(吏曹參議)가 되었고, 이해 5월에 승정원도승지(承政院都承旨), 동지정사(冬至正使), 이조참의(吏曹參議)가 되었으며, 그후 부제학(副提學), 예조참판(禮曹參判), 이조참판 겸 동지의금부성균관사(吏曹參判兼同知義禁府成均館事), 오위도총부부총관(五衛都總府副總管), 사헌부대사헌(司憲府大司憲), 부제학(副提學), 대사헌(大司憲), 대사간(大司諫), 한성부좌윤 겸 세자좌부빈객(漢城府左尹兼世子左副賓客)의 부름을 받았으며, 회재(晦齋) 이언적(李彦迪)선생의 피무(被誣)를 신변(伸辨)하기도 하였다.

59세 때 영해부사(寧海府使)로 이배되었는데, 이는 당시 그가 붕당(朋黨)의 폐단을 논하면서 시의(時議)를 거슬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겨울에 병조참판겸승문원부제조금화사제조(兵曹參判兼承文院副提調禁火司提調)의 부름을 받았다.
60세 때 단양군수(丹陽郡守), 62세 때 대사헌(司憲被)이 되었다가 정월 24일에 부제학(副提學)으로 이배되었고, 7월에 진보(眞寶) 삼매촌(三昧村)으로 거처를 옮겼다.

65세 때 이조참판(吏曹參判)에 제수되었으나 나아가지 않고, 68세 때 영창대군(永昌大君)을 구하는 소를 올리자 청송감무관(靑松監務官)으로 이배되었다. 69세 때 만언소(萬言疏)를 올려 극간(極諫)하다가 삭직되어 진보교장(眞寶僑庄)에 은거하였다.

교육(敎育)은 11세 때 대인공(大人公)을 배행하여 지동재(志同齋)에서 공부한 것에서 비롯된다. 대인공은 한훤당(寒喧堂) 김굉필(金宏弼)선생의 학문을 사숙(私淑)하여 후학을 권면하는데 힘써 당시 급문한 선비가 많았다.

28세 때는 반동(泮東)에서 향음례(鄕飮禮)를 행하고, 60세 때에는 향사(鄕士)와 더불어 규약(規約)을 만들고 학교(學校)를 일으켰으며, 71세 때 봄에 용담리(龍潭里)에서 향약동규(鄕約洞規)를 짓고, 오상(五常) 십회(十晦)로써 향속(鄕俗)을 깨우쳐 이끌며 매월 초하루에 강회(講會)를 열었다. 73세 때 가을에는 모덕와(慕德窩)에서 향음례를 행하였고, 76세 때에는 문생(門生)에게 주장정주(周張程朱)의 글을 읽게 하였다.

수학(修學) 및 교육내용(敎育內容)은 20세 때 겨울 산당(山堂)에서 주역공부를 비롯하여, 28세 때 반동우사(泮東寓舍)로 소재선생을 모시고, 인심도심변(人心道心辨)을 강론하였다. 28세 때 11월에 반동에서 심경(心經)을 공부하고, 29세 때 봄에 반약사(般若寺)에서 예기를 공부하였다.

42세 때 소재선생을 모시고 반동우사(泮東寓舍)에서 의례(儀禮)를 강(講)하였으며, 44세 때 2월에 정구(鄭逑), 문위(文緯)와 더불어 마암(馬巖)에서 심경(心經)을 공부하였다.
57세 때 3월에는 벼슬에서 물러나 목천(木川)에서 예(禮)를 강하였는데, 이 때 한강선생과 더불어 예설(禮說)을 강구하자 이에 따르는 사우(士友)가 많았다고 한다.

61세 때 가을에 남교(藍橋)로 가서 성묘(省墓)한 후 무흘산방(武屹山房)에서 회강(會講)하고 한강선생과 예(禮)를 논하였다.

73세 때 당시 사류(士類)가 명리(名利)만을 탐하게 되자 그의 문인들로 하여금 과거를 폐하게 하여 의리(義理)를 강명(講明)하였다.

교유인물(交遊人物)은 23세 때 봄에 그가 덕산에서 남명선생을 배알하였을 때 오건, 노진, 강익, 이광우, 김우옹, 정구, 최영경, 하항, 서사원 등과 더불어 도를 강론하였다. 28세 때(1574년, 갑술) 태학생(太學生)들이 반궁(泮宮)에서 삼노례(三老禮)을 행하자 그도 함께 하였다. 이해 4월에 반약사(般若寺)에서 남계공과 함께 강학하였는데 이 때 덕장(德章) 이현인(李顯仁), 수지(綏之) 이경복(李景福), 겸제(兼濟) 안국민(安國民), 성보(誠甫) 김윤충(金允忠), 군회(君曾) 김응윤(金應胤), 박화윤(朴和允), 안국인(安國仁), 안국신(安國臣) 등도 함께 모였다.

또한 같은 해에 백향(伯嚮) 민응기(閔應棋), 군헌(君獻) 태순민(太舜民), 여경(汝敬) 김윤흠(金允欽), 선원(善源) 변경장(邊慶長), 훈지(壎之) 금응훈(琴應壎), 양중(養仲) 남치형(南致亨), 의중(義仲) 남치리(南致利), 덕전(德全) 정삼변(鄭三變), 시망(時望) 권계옥(權啓沃), 수우(守愚) 김윤명(金允明), 자명(子明) 정사성(鄭士誠), 대중(大仲) 이개립(李介立), 사민(士敏) 권눌(權訥), 공제(公濟) 김개국(金蓋國), 군립(君立) 손흥예(孫興禮), 공윤(公潤) 정윤금(鄭胤金), 자룡(子龍) 고한운(高澣雲), 정보(定甫) 권동(權仝), 김중상(金仲祥) 등도 함께 모였다.

53세 때 정월에 부친이 병에 걸리자 수도사(修道寺)에 머물러 있던 한강선생에게 글로써 자문을 구하기도 하였고, 3월에 부친상을 당하자 주문공가례(朱文公家禮)에 따랐다.

70세 때에는 무민당(无悶堂) 박인(朴絪, 1583∼1640, 來庵門人)의 기절을 흠모하여 그의 성명(姓名)을 벽위에 썼는데, 이에 대한 일을 행장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참판 박이장이 공[무민당]의 성명을 벽에 쓰거늘 혹자가 그 연고를 물은데 박공이 말하기를, “이 사람의 소견이 정대(正大)하고 밝으니 내가 더불어 친구를 삼고자 하되 얻어 보지 못하니 이름을 쓰고 대하여 낯을 대신한다”( ≪无悶堂集≫ , 卷7, 附錄, 趙任道撰 <行狀>).

이는 동계 정온이 옥에 갇혔을 때 명봉(鳴鳳)에 활을 쓴다는 말로써 대지리니 다섯 귀선이 모래를 머금어서 재화가 장차 이르름에 친구들이 서로 조문하되 공[无悶堂]이 조금도 두려워하지 아니하고 또 애연시를 지어서 감상에 부치니 당시 사대부들이 의리를 좋아하는 자[朴而章]가 듣고 어질게 여겨서 혹 이름을 벽에 써서 부치고 사모하고 먼데서 풍성을 듣고 크게 생각하였던 것 (≪无悶堂集≫, 卷7, 附錄, 이지분 撰, <墓誌>)이다.

저술(著述)로는 15세 때 맏형 남계공(藍溪公) 이문(而文)을 따라 산당(山堂: 대인공의 別業)에서 독서하면서<침명금명(枕銘衾銘)>을 지은 것을 비롯하여, 28세 때 <인심도심변(人心道心辨)>, <중양회서(重陽會序)>를 지었다. 30세 때에는 ≪관혼촬요(冠婚撮要)≫, 34세 때 봄에 ≪정서절요(程書節要)≫, 36세 때 겨울에 ≪육경려해≫를 저술하였다.

52세 때) 4월에 부친을 모시고 고향으로 돌아와 ≪수원지(水原志)≫를 완성하였고, 59세 때 ≪영해지(寧海志)≫를 완성하고, 61세 때 현풍(玄風)의 도동서원(道東書院)에 이르러서는 한훤당, 김굉필선생의 묘(墓)를 배알하고 <선세묘지(先世墓誌)>를 지었다. 70세 때 봄에 순천박씨 족보의 연원인 ≪승평세고(昇平世稿)≫를 편집하고, 황고(皇考) 복재공(復齋公)의 <행장>을 지었으며, 주서(朱書)를 읽고 <자경시(自警詩)>를 지었다. 73세 때에는 ≪심경요의≫, 75세 때 봄에는 ≪상재만록≫을 지었다.

강학장소(講學場所)로는 37세 때 봄에 대인공을 모시고 고령(高靈) 용담리(龍潭里)로 옮겨 용연정사(龍淵精舍)를 지은 것을 비롯하여 64세 때 3월에 양송정(養松亭)을 지었다.

73세 때 봄에 성주 연봉촌(延鳳村)으로 옮겨 모덕와(慕德窩)를 지었는데, 이는 그에게 배움을 청하는 생도의 수가 늘어나게 되자 가숙에 이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향리에서 당(堂)을 지어 강도(講道)의 장소로 삼았는데, 이를 모덕(慕德)이라고 이름하였던 것이다.

의병활동(義兵活動)은 46세 때 4월 외구(外寇)가 침략하자 이를 토벌하기 위해 의병을 일으켰으며, 5월에 진양으로 가서 군수(軍需)를 분별하고 남계공을 따라 초유사(招諭使)를 머물게 하려는 상소를 올렸다. 가을에는 초유사가 주청하여 종사관(從事官)이 되기도 하였다.

남명학파(南冥學派)로서의 활동은 63세 때 7월에 덕천서원을 배알하고 정구, 이천경, 이광우, 이대기, 성여신, 정온, 하증, 박인, 하수일, 권도, 권준, 박문영 등과 함께 원록(院錄)을 중수(重修)하였다.

향사(享祀)는 그가 76세 때(광해 14년, 1622년, 임술)인 8월 26일에 세상을 떠나자 성주의 위곡(蝟谷)에 장례를 치루었고, 그후 1625년(인조 3년, 을축)에 문간공(文簡公) 조경(趙絅)이 <행장>을 지었으며, 1678년(숙종 4년, 무오)에 사림(士林)들은 동강(東岡) 문정공(文貞公)을 모신 청천서원(晴川書院)에 종향하였는데, 이는 그가 옛날 성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후 자손들이 단성의 단계리(丹溪里)로 이거하여 부조묘로 받들고 그 마을 앞에다가 정사를 건립하여 그 이름을 용담(龍潭)이라고 하였다. 용담은 본래 그가 거처하던 고령의 마을 이름이었으나 경우에 따라 거주하기도 하고 우거하기도 하였으므로 그렇게 지은 것(<龍潭精舍記>)이다. 그리고 1678년(숙종 16년, 경오) 합천의 회산사(檜山祠)가 만들어지고, 1726년(영조 2년, 병오)에 신도비명이 세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