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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교육부재, 그 대응책은? |
정
대 구 |
발행인:김충렬/편집인:김경수/발행처:사단법인 남명학연구원/주소:경남 진주시 봉곡동 14-21 /전화:(055) 748-9147~8 |
나에겐 모자라는 점이 너무 많다. 많고 많은 모자라는 것 중에서도 특히 인물이나 사물을 평하고 비판하는 비평정신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그런데 남명학 연구가인 정우락 교수가 나와 같은 대학에서 일하게 된 인연으로 그가 관여하는 남명원보에 시평(時評-時論)을 한 번 쓰라 한다. 어떻게 시국에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이 시평을 쓰나? 처음에 나는 시평(詩評-詩論)을 쓰라는 소린 줄 알았다. 내가 시시한 시지만 시를 끄적이는 줄 아는 정교수가 나에게 시평을 부탁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시평(詩評)도 못쓰는 시시한 시인에게 시평(時評)이라니, 내 집엔 지금 텔레비전도 없고 신문도 들이지 않는데, 그렇다고 주위 사람들과 어울려 시국을 논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일도 없이 두문불출 그야말로 시대와는 담을 쌓고 지내는, 지내려는 어제 오늘인데, 그리고 모두에 내건 비판 내지 비평정신의 부재는 나에게 있어서 엄살이나 겸양의 말씀이 아니고 진짜로 그것이 나의 약점임을 스스로 통감하는 사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니, 나도 놀라워라.
아무리 귓구멍에 못을 치고 사는, 아무리 시사(時事)에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안 들을 수 없는 작금의 각종 게이트, 시도 때도 없이 불거져 나오는 신종 비리, 연초부터 왜 이리 시끄러운지. 안기부 돈 정치자금전용 어떻구 저떻구, 대통령 비자금 20억+α설 어떻고 저떻구, 의원 빼돌리기 어떻구 저떻구… 이딴 것들이 어디 어제 오늘의 일이던가. 고질화된 부정, 부패, 비리. 최고운의 시처럼 세상 소리 안 들으려고 아무리 귀막고 눈감고 있어도 세상 하 시끄러워 밤낮없이 담을 넘어 들려 오는 이 잡음은 다 뭐고. 동서남북 좌우상하 가릴 것 없이 나의 앞뒤에서 마구 터져 나오는 오물세례, 썩은 물줄기- 탁류의 거침없는 시류(時流) 도대체 피할 길이 없네. 도대체 사회가 왜 이 모양인가. 사람을 길러낸다는 교육기관에서 도대체 사람을 어떻게 길러냈기에 교육받은 그 사람들이 이 모양들인가. 부정부패의 집단들, 사기꾼의 패거리들을 길러내는 곳이 대학이란 말인가.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일한다는 소위 사회 지도층 인사 치고 대학 물 안 먹은 자 드물고 대학 물 먹은 자 치고 이권 다툼에 밝지 않은 자 드물고 이권 다툼에 밝은 자 치고 비리와 각종 부조리에 연루되지 않은 자가 드무니 한심해서 하는 소리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했는데, 윗물이 이 모양이니 아랫물이 썩을 대로 썩을 수밖에, 그 결과 영광스럽게도 부정부패 세계 제 1위라지. 아마, 이 영광 국민과 함께 제일 많이 차지할 사람들이 나를 포함한 교육 관계자들이 아닐는지. (이렇게 서두를 꺼내 놓긴 하지만 이게 뭐 시평 글체람. 어차피 정교수도 시평 글체다운 글-정상적(상투적)인 시평을 기대하고 나에게 청탁을 넣은 것은 아닐 터. 그는 나의 이러한 무질서함을 평시부터 잘 알고 있는 사이라. 아마도 나에게 좀 엉뚱한 얘기를 해 보라는 거겠지.)
자, 그러면 우리 나라의 교육이 잘못되었다는 건데, 평생을 교육에 몸 담아온 사람으로서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사실이 사실인 만큼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이 잘못되었다면 큰 일이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인지. 문제야 많다. 하지만 하나 하나 지엽만 건드려서는 미봉책일 뿐이지 근본대책이 안 된다. 만병의 근원이 되는 그 밑동부터 들춰내서 만사 젖혀두고 어렵더라도 수술을 감행해야 나라가 바로 설 게 아닌가.(其本이 亂而 末治者 否矣- 대학)
요즘
다시 이슈화되고 있는 일제에 친일한 인사들의 명단 공개-국가민족에
공과가 상반되는 일제잔재의 규명-민족국가의 정통성 시비가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 교육계에는 일제의 잔재가 없는가. 들춰보면 부끄럽게도
지워버려야 할 얼룩이 적지 않겠지만 그 중에서도 국립서울대학교가
문제다.
나는 우선 단도직입적으로 국립서울대학교를 해체하라고 처방한다. 서울대학교는 얻은 것도 많다지만 실은 가시적인 득보다 불가시적인 실- 보이지 않게 잃은 것이 따질 수 없이 더 크다 하겠다. 보자, 서울대학교가 어떤 대학인가. 간특한 일제가 식민지를 통치하기 위한 그 주구를 양성해 낼 목적으로 설립한 옛 경성제국대학의 후신이 아닌가. 중앙청(옛 조선총독부) 건물을 해체하기에 앞서 우리는 진작에 국립서울대학교의 허위를 헐어냈어야 했다. 어떻게 그 허위를 그냥 놔두고 그 위에 국가 백년대계를 설계할 수 있단 말인가. 민족정기니 애국심이니 하는 게 다 뭐 말라비틀어진 것이야. 나라의 정통성이라고? 정체성이라고? 시작부터 그딴 건 거지발싸개가 되고 말았다.
개인주의·우월주의·기회주의·출세주의·배금만능주의….
어찌 서울대학만이 그러하랴. 나라의 간판 대학이 이 모양이니 서울(소재)대학·지방대학 할 것 없이 너 나 없이 거기에 줄을 서지 않는가. 그게 모범답안인 줄 알고 따라 하기. 너도나도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출세하기, 잘 먹고 잘 살기. 거기에 목을 매는 교육? 그게 뭐 교육이야. 인격부재 생존경쟁만 있는 교육부재의 교육으로 대학에서 세뇌되어 나온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이 자본주의 물질만능사상과 맞물려 그들이 우리 나라를 세게 제1의 부패국가로 만들어 놓지 않았는가. 배운 자들이 이 지경이라면 차라리 그래 노자도 말했지-절성기지민리백배(絶聖棄智民利百倍)라고
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서는 법. 한 나라의 교육이 바로 서자면 나라의 뿌리를 찾아 나라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살려서 그 위에 국립대학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세계에 내 놓아 부끄럽지 않을 만한 나라의 간판 대학이 꼭 필요하다면, 지금이라도 국가의 백년대계를 바로 세우자면, 교육을 바로 하자면 경성제국대학의 후신 지금의 국립서울대학교를 해체하고 성균관대학교를 국립대학으로 개편해야 할 것이다. 다 알다시피 성균관대학교는 수백 년간 인과 의, 충과 효, 원형이정(元亨利貞)을 주종으로 하는 도덕적 이념으로 사람의 기본을 세워 나라의 정통성을 바로 하자는 교육의 장이 아니었던가.(내가 성대 출신도 서울대 출신도 아니라서 함부로 되지도 않을 말, 되지도 않게 시부렁거리는 거야 뭐야.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도 아니고-몰매 맞으려고. 아니지, 그래도 할 말은 해야지.)
둘째, 교수순환근무제를 주창한다. 입학 시즌이면, 200점 이상 짜리, 200점 이하 짜리 그 안에서도 눈치를 보며 각각 무리를 지어 기웃거린다. 1등급 2등급 3등급 4등급 5등급의 등급이 있을 뿐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물량만이 넘친다. 물건처럼 숫자들이 왔다 갔다 한다. 물건을 헤아리는 숫자가 입학을 좌우한다. 참, 가관이다. 왜들 이러나. 허영과 요행보다는 근본적으로 대학의 격차 때문이 아닌가. 격차를 줄이자. 줄여야 한다. 어떻게 줄이나. 여러 가지 방안이 있겠지만 그 중 우리 교수님들이 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로서 나는 순환근무제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본다. 교수님들께 몰매 맞을 발설일지 모르지만 우리 교수들의 불편 그 이상의 것도 대학교육을 바로 하자는 충정에서는 가능하다고 본다. 생각해 보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전국적인 순환근무가 어렵다면 지역 안에서의 순환근무라든가, 국립대학끼리의 전국순환근무, 교환교수제 같은 것을 확대하든지. 어쨌든 대학의 수준을 평준화해서 지금처럼 학교 배정을 놓고 학부모들이 이부자리 깔고 농성을 한다던가, 입학시즌 때마다 학생들이 지방이고 서울이고 우루루 몰려다니는 기현상은 없어져야 할 것이다. 같은 전공이라면 우월감이나 소외감 없이 지방이고 서울이고 원서를 넣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긴 말 하지 않겠다. 지금 국립 초중고에서 정착된 순환근무제, 이 제도가 있기 전엔 서울 덕수국민학교, 경기중학교를 보내려고 지방에서 어린 것을 서울에 올려보낸 적이 있었다. 지금은 적어도 그런 난리법석은 떨지 않는다. 그것만으로도 이 제도는 성공. 그렇다고 학생의 수준이 떨어졌다고 보는 견해도 없지 않겠지만 나는 그렇게 본다. 어쨌든 평준화는 실보다 득이 많은 제도.
셋째, 인문사회분야 교양과정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지금 사회는 물질교환적 가치만이 대접받고 정신교환적 가치는 잃어버린 지 오래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아니 대학에서 그것을 선도하고 있다. 취직위주로 기능위주로 사람을 물질화 기계화하는 교과과정, 그 결과 염치부재 도의부재 가치부재 인간부재의 사회를 만들었다. 사람의 사람다운 덕성은 아랑곳없이 기능적 물질적 가치를 앞세워 그저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남보다 잘 먹고 잘 살기식 교육을 지향하다 보니 부정 부패 불의가 낯간지럽지 않게 활보하는 쟁민시탈의 천국을 만들지 않았는가.(德者는 本也요 財者는 末也니 外本內末이면 爭民施奪-대학) 대학에서는 취직도 중요하고 기능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인간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다운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대학의 임무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전공 기능은 일터에서 훈련을 통하여 그 직장에 알맞게 적응하도록 재교육되어도 늦지 않다. 결코 서둘러서는 안 된다. 교육은, 적어도 대학 1·2학년은 인문사회분야의 교양과정으로 채워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인문사회분야가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다. 이거야말로 서둘러 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서둘러 이 글을 마무리하겠다. 나는 논객도 아니고 지면이 지면이니 만큼 더 이상의 상세한 언급은 접어두겠다. 요컨대 총체적이고 근본적인 위기는 역시 총체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충정에서 가당찮은 그러나 궁여지책으로 필자의 단견을 피력해 본 것뿐이다. 이런 글을 쓰게 한 정교수가 고맙고 이런 글도 안돼는 글을 써서 정교수에게 더욱 낯없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