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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이야기] 보이지 않는 눈을 밝혀 주는 '발운산(撥雲散)' |
홍
승 헌 |
발행인:김충렬/편집인:김경수/발행처:사단법인 남명학연구원/주소:경남 진주시 봉곡동 14-21 /전화:(055) 748-9147~8 |
지난 호에 남명 선생께서‘발운산’에 대한 언급으로 출사하신 퇴계선생의 심정을 물으셨을 때 퇴계 선생께서 당신의 마음을 전하셨던‘당귀’에 대하여 소개 한 바 있다. 이번 호에는 발운산(撥雲散)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발운산은 의학입문(醫學入門)에 먼저 등장하는 처방으로 알려져 있다. 후에『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외형편의 제1권 눈(眼) 항목에 소개 되고있다.『동의보감』의 기록에 따르면 풍독(風毒)이 치밀어 올라 눈이 잘 보이지 않고 예막(膜)이 눈알을 가리며 가렵고 아프고 눈물이 많이 나오는 증상을 치료하는 것으로 기록되어있다. 본 방은 시호, 강활, 방풍, 감초 등의 약물로 구성된다. 강활(羌活)과 방풍(防風)은 풍습(風濕)을 없애고 시호는 맑은 양기를 위로 끌어올리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한방에서 인정한다. 그런데 필자가 본 방(方)에 흥미를 갖는 이유는 이 처방의 효능이나 응용에 큰 관심이 있어서는 아니다. 그렇다고 발운산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처세와의 관련성이나 처방의 의미, 또는 선생님께서 그 말씀을 하신 진심 등을 거론하기에도 사실 어려움이 너무 크다. 다만 한약을 전공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이 나라의 큰 스승이신 두 분께서 시대를 이야기하고 처신을 생각할 때 이렇듯 한약을 소재로 삼았다는 사실에 한편으로는 놀라움을 또 한편으로는 기쁨을 다른 한편으로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발(撥)은 '제하다' 또는 '다스리다'의 의미가 있으니 구름을 다스리고 제거하여 흩어지게 하는 약이라고 이름을 풀면 큰 무리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풍사(風邪)는 오늘날의 전염성과 관계 있는 것으로 본다. 풍독이 치밀어 오른 것은 전염성 안 질환을 생각할 수 있고 예막은 그에 따른 염증과 관련 지을 수 있다. 그래서 구름에 앞이 가리듯 침침하고 아픈 상태에 있는데 그러한 질병을 치료하여 구름 걷히듯 환하게 한다면 참으로 상쾌할 만한 일이다. 사실 우리 눈앞을 가리고 침침하게 하는 것이 어찌 눈병뿐이랴. 무지하여 앞이 캄캄하기도 하겠거니와 똑똑한 사람들도 때로 욕심에 눈멀고 고집에 눈멀고 사람에 가려 앞을 못 보기도 한다.
어쩌면 선생님은 그 시대 지식인들이 정작 눈병은 없되 앞을 제대로 보지 못 하는 이러한 눈병 아닌 눈병상태에 있다고 진단하셨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선생님은 그 눈병을 치료할 약을 구하시고자 하였음직하다. 그런데 정작 당시 발운산의 역할을 할 시대의 명약은 선생님 당신이셨던 것은 아닐까. 선생님으로부터 시간적으로 500년의 거리에 살고 있는 오늘이지만 앞을 제대로 분간하지 못하는 세상의 병은 오히려 더 창궐하고 있다. 이러한 병을 치료할 오늘날의 발운산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한방에서의 명약(名藥)은 수천년을 거쳐도 그 쓰임이 용하다. 참으로 소중하고 귀한 것은 시대를 구별하지 않는 법이다. 이 시대의 풍독(風毒)이 치밀어 올라 눈이 안보이고 예막이 눈알을 가리며 아프고 가렵고 눈물이 나는 이 지독한 병을 치료할 명약(名藥)은 바로 선생님의 가르침이 아닐까.
